국내 유일의 도심 속 서킷, 영암 F1 경기장(코리아인터내셔널서킷) 트랙 데이 체험기 및 모터스포츠 활성화에 대한 비판적 시선

굉음을 내뿜으며 아스팔트를 질주하는 레이싱카, 타이어가 타들어 가는 냄새, 그리고 온몸을 울리는 배기음. 자동차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서킷 위를 달리는 짜릿한 상상을 해보았을 것입니다. 전라남도 영암에 위치한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KIC)은 과거 세계 최고의 모터스포츠 대회인 F1(포뮬러 원)이 개최되었던 대한민국 최고 등급(FIA 그레이드 1)의 국제 공인 서킷입니다.

저 역시 가슴 뛰는 속도감을 직접 느껴보고자 주말을 이용해 영암 서킷의 '트랙 데이(일반인이 자신의 차량으로 서킷을 달리는 행사)'에 참가했습니다. 질주 본능을 충족시켰던 짜릿한 경험과 함께, 수천억 원의 세금을 투입해 지어진 이 거대한 국가적 인프라가 왜 1년 중 대부분의 시간을 '외딴섬'처럼 방치되어야 하는지, 국내 모터스포츠 및 인프라 활용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담아보고자 합니다.

[경험] 시속 200km의 임계점을 넘나들다: 영암 서킷 주행의 희열

서킷을 달리기 전, 이론 교육과 실기 주행 테스트를 거쳐 '서킷 라이선스'를 발급받았습니다. 헬멧을 착용하고 장갑을 낀 채 운전석에 앉으니 심장이 터질 듯 뛰기 시작했죠. 신호등이 녹색으로 바뀌고 드디어 영암 서킷의 시그니처인 1.2km에 달하는 초장거리 직선 구간에 진입했습니다.

엑셀러레이터를 끝까지 밟자 계기판의 숫자는 순식간에 시속 200km를 돌파했습니다. 일반 도로에서는 결코 경험할 수 없는 물리적 한계점이었죠. 이어서 마주한 급코너 구간에서는 타이어가 비명을 질렀지만, 정교하게 설계된 서킷의 연석과 아스팔트 노면 덕분에 차량은 궤도를 이탈하지 않고 날카롭게 코너를 탈출했습니다. 20분간의 세션이 끝나고 피트로 돌아와 차에서 내렸을 때, 손은 가늘게 떨리고 있었고 온몸은 땀으로 젖어 있었습니다. 공도에서의 과속이 얼마나 위험한지, 왜 달리고 싶다면 안전이 확보된 서킷으로 와야 하는지 온몸으로 깨달은 순간이었습니다.

[비판] 화려한 F1 축제 뒤에 남겨진 '하얀 코끼리(세금 낭비)'의 실체

주행의 즐거움과는 별개로, 서킷 구석구석을 둘러보며 밀려오는 쓸쓸함과 안타까움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현재 영암 F1 경기장은 막대한 예산 낭비의 전형으로 꼽히는 비판적 시선의 중심에 있습니다.

  • 최악의 접근성과 지역 이기주의의 산물: 영암 서킷의 가장 치명적인 약점은 '접근성'입니다. 수도권에서 자동차로 가려면 아무리 빨리 달려도 4시간 이상이 소요됩니다. 인프라를 구축할 당시 인구 밀집도나 접근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정치적 명분과 장밋빛 경제 효과만 내세워 무리하게 입지를 정한 결과입니다. 주말 취미로 서킷을 즐기려는 일반인(인제 스피디움이나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로 발길을 돌리는 이유)이나 잠재적 관객들에게 영암은 너무나 먼 허들입니다.

  • F1 개최권 중도로 인한 수천억 적자와 소송전: 대한민국은 2010년부터 2013년까지 단 4회만 F1을 개최한 뒤, 누적되는 수천억 원의 적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개최를 포기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국제 자동차 연맹(FIA)과의 무리한 계약으로 인해 막대한 위약금 소송을 치렀고, 결과적으로 수천억 원의 도민 세금이 허공으로 날아갔습니다. 철저한 시장 분석과 수익성 검토 없이 지자체의 치적 쌓기용으로 국제 대회를 유치했을 때 어떤 파국을 맞이하는지 보여주는 살아있는 반면교사입니다.

  • 대중화에 실패한 국내 모터스포츠의 그늘: 서킷이 지속 가능하려면 국내 모터스포츠 대회가 활성화되고 관람객이 유입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카레이싱은 여전히 '부자들의 값비싼 취미' 혹은 '일부 마니아층만의 리그'라는 인식이 강합니다. 중계방송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기업들의 후원도 저조합니다. 관객이 오지 않는 거대한 경기장은 주말 일부 동호인들의 대관 수입에 의존하며 연간 수십억 원에 달하는 유지 보수 비용을 세금으로 메꾸는 악순환에 빠져 있습니다.

세금 먹는 하마에서 '모터스포츠의 메카'로 거듭나려면

이미 지어진 세계적 수준의 트랙을 이대로 방치할 수는 없습니다. 영암 서킷이 진정한 가치를 발휘하기 위해선 뼈를 깎는 체질 개선과 발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1. 자동차 튜닝 및 부품 산업과의 연계 활성화: 서킷을 단순히 '달리는 공간'으로만 쓰지 말고, 국내 자동차 제조사 및 부품 기업들이 고성능 차량을 테스트하고 주행 데이터 연구를 할 수 있는 'R&D(연구개발) 전진기지'로 전면 개방해야 합니다. 경기장 주변을 친환경 미래차 및 튜닝 산업 단지로 육성하여 기업과 인재가 모여들게 만들어야 합니다.

  2. 대중 친화적 콘텐츠 및 체험형 복합 문화 공간 조성: 일반인들이 레이싱카를 직접 타보는 '택시 체험', 어린이를 위한 '카트 경기장' 확대, 서킷 캠핑장 운영 등 가족 단위 방문객이 즐길 수 있는 복합 문화 관광지로 탈바꿈해야 합니다. 주말에만 문을 여는 경기장이 아닌, 사계절 내내 즐길 거리가 있는 지역 거점 관광지가 되어야 접근성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습니다.

  3. e-스포츠(레이싱 게임) 및 시뮬레이터 대회와의 융합: 실제 서킷 주행이 부담스러운 젊은 세대를 위해 심레이싱(Sim-Racing) 대회를 영암 서킷 상설 전시장 등과 연계해 개최해야 합니다. 가상 세계에서의 모터스포츠 관심을 실제 서킷 방문으로 이어지게 만드는 젊고 감각적인 마케팅이 시급합니다.

마무리: 영암 KIC 서킷은 분명 대한민국 자동차 문화의 자부심이 될 수도 있었던 훌륭한 하드웨어입니다. 하지만 이를 움직이는 소프트웨어와 정책적 비전의 부재로 인해 오랜 시간 차가운 비판의 시선을 받아왔습니다. 질주하는 차량들의 열기 이면에 가려진 텅 빈 관람석의 씁쓸함을 지우기 위해서라도, 이제는 보여주기식 대형 이벤트가 아닌 내실 있는 대중화와 산업적 연계에 집중해야 할 때입니다. 굉음이 멈춘 서킷이 아닌, 대한민국 미래 자동차 문화의 심장으로 뜨겁게 고동치는 영암 서킷의 내일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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